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노트텔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노트텔은 미국이나 한국 사람들에게 좀 생소한 기기입니다. 정식 명칭은 EVD 플레이어인데요, DVD 뿐만 아니라 USB 재생도 가능하고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작은 기기에 여러 기능이 탑재돼 있어서 쓸모 있기는 했지만 영상 재생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어서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기기가 돼버렸습니다. 지능형 손전화나 판형 컴퓨터, 노트형 컴퓨터, 지능형 텔리비전을 인터넷에 연결하면 음악 파일과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재생할 수 있고 미리 내려받아서 편한 시간에 재생할 수도 있습니다. 굳이 알판이나 USB에 파일을 담아서 재생할 필요가 없게 된 거죠. 저도 DVD 녹화기를 마지막으로 켜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안 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노트텔이 여전히 인기인가 봅니다.
자유아시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에 평안남도에서 야밤에 109 상무조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노트텔을 검열했습니다. 그만큼 노트텔을 가진 집들이 많다는 뜻이 될텐데요, 도시에서는 대부분 집에서 노트텔을 가지고 있고 농촌에서는 절반 정도가 가지고 있을 정도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한국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얼마전‘2022년 북한 방송통신 이용실태 조사 영상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지능형 손전화보다 노트텔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그렇게 나왔다는 겁니다. 북한이 지능형 손전화를 생산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북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비싼 기기이고 외부문서나 동영상의 인증을 거쳐야 해서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됩니다. 물론 당국의 검열과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우회 프로그램이 청년들 사이에서 돌고 있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노트텔은 중국에서 대량생산해서 북한으로 수입되고 있습니다. 휴대하기 편하고 DVD 녹화기 보다 단속을 피하기도 쉽고 가격도 아주 높지 않기 때문에 200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 많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알판은 단속반이 들이닥쳤을 때 쉽게 빼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USB는 크기도 작고 급할 때는 그냥 빼서 버리면 됩니다. 물론 크기로 따지면 SD 카드가 더 편하고 버리기도 쉽죠. 액정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노트텔의 인기를 위협했지만 싸고 12볼트 손전지로도 켤 수 있는 노트텔이 더 실속이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북한 당국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노트텔에 대한 가정 검열 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노트텔을 들고 가는 사람을 불러서 검열을 하고 있는 거겠죠. 특별한 계기나 중앙의 지시가 없어도 일상적으로 검열과 단속을 벌이고 처벌 수위도 높아진 데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연이어 제정하고 해외에서 들어온 동영상이나 음악을 못 보게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세계는 지금 미디어 기기와 기술의 끊임없는 발전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전통적인 텔레비전 방송의 역할이 줄어들고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골라 볼 수 있는 봉사체계가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지능형 손전화를 붙잡고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로 각종 동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앞으로 몇 년 뒤에 미디어 기기와 기술이 지금과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도 기술적으로는 이런 추세를 따라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폐쇄성과 억압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